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산문시 1 - 신동엽

  산문시 1 - 신동엽
  글쓴이 : 주동욱 조회수 : 1297   |   추천수 : 0   |   등록일 : 2011-05-23 17:07  

 

 

 

산문시 1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신동엽



스칸디나비아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

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

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

탄광 퇴근하는 광부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

기름묻은 책 아이덱거 럿셀 헤밍웨이장자(莊子) 휴가여행 떠나는 국무총리

서울역 삼등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

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시겠오라는 인사 한마디 남길 뿐

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문 열고 들어가더란다

남해에서 북강가지 넘실대는 물결 동해에서 서해까지 팔랑대는 꽃밭 땅에서

하늘로 치솟는 무지개빛 분수 이름은 잊었지만

뭐라군가 불리우는 그 중립국에선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 대학 나온 농민들

추럭을 두대씩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 산다지만

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이름 꽃이름 지휘자 이름 극작가이름은 훤하더란다

애당초 어느쪽 패거리에도 총쏘는 야만엔 가담치 않기로 작정한 그 지성(知性)

그래서 어린이들은 사람 죽이는 시늉을 아니하고도 아름다운 놀이 꽃동산처럼

풍요로운 나라,

억만금을 준대도 싫었다 자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내는 미사일기지도 땡크기지도 들어올 수 없소

끝끝내 사나이나라 배짱지킨 국민들, 반도의 달밤 무너진 성터가의 입맞춤이며

푸짐한 타작소리 춤 사색뿐 하늘로 가는 길가엔

황토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

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더란다

 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"신동엽 시인(1930~1969)은 <산문시1>에서 '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  가진 신사가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 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'는 그런 대통령을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보고 싶어했습니다. 우리는 자전거 뒤에 손녀를 태우고 마을을 도는 전직 대통령을 본 적이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있습니다. 아무데서나 편하게 앉아 막걸리를 나누는 소탈한 전직 대통령을 본 적이 있습니다.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그러나 그런 꼴을 도저히 보고 있을 수 없는 이들에 의해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."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_도종환 시인

 

 

 

 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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