어제 형주랑 딴 일로 통화를 하는데...

"창훈아..  배추를 절여 놨는데.. 김장을 하다보니 힘이 들어.. 다 못하고.. 한 열포기쯤 절여 놨는데.. 가져 갈래.. 안 그러면 이걸 버려야 하는디.. "

요즘 배추값이 똥값이랍니다.. 현지에서 5백원 한다네요...

서울에서는 2천원인디...

마침 저희도 김장할때라..

가져 간다 했죠.

그래서 갔더니만..

아는 언니네 집 배추도 가져 가라는 것입니다.

그 집 배추는 팔지 못해..

갈아 엎을 판이라나요..

해서 그 언니네 집을 갔습니다.

어제 한파로..

배추가 얼었습니다.

이제 정말 진짜로 팔지 못한다는 군요.

배추를 한 오십포기 뽑았습니다.

아직도 배추밭에는 배추가 천여포기 이상 남아 있었습니다.

같이 배추를 뽑던.. 주철이가..

'더 가져 가세요'하는데..

웬지.. 영 맘이 우울해서리..

아님.. 뭔지..

하여간..

영 맘이 안내켜서리..

그만 하자고 하고 ..

올라 왔습니다.

....

답답합니다.

울컥 합니다..

혹시 몰라..

서울 촌놈이 흰소리 합니다.

'이렇게 배추를 갈아 엎으면 정부에서 보상해주나'

어리석은 소린 줄 알면서...

그냥 한마디 합니다.

...

그러는데..

형주가 색다른 제안을 하더군요.

'민동에서 김장담그는 행사를 하면 어때?'

순간..

뒤통수를 스스로 딱 쳤습니다.

하이고..

왜 그걸 생각하지 못했을까?

우리 동문들 중에는 김장을 안해 먹는 사람들이 많지만..

그래도..

민동에서 '김장'행사를 하면

담궈 먹을 사람들이 많을 텐데..

최근 분위기를 보면 더욱..

관심있어할텐데..

왜 그 생각을 못했지..

...

참으로 아쉬웠습니다.

...

밭에.. 주인을 찾지 못한 채..

추위를 못 이겨

얼어버린

배추를 보니..

더 답답해 집니다.

...

올해는 그렇다 치더라도..

내년에는 꼭

김장 담그는 행사를

가져 보았으면 좋겠습니다.

...

여주에서 어제 캐서 올라온 배추를..

한의대 동의마당 잔디밭에 쫘악 풀어 놓고..

동문들 한 가득 모여서

참! 전날 배추는 절여 둬야겠죠

양념 만든다

웅성웅성

배추에 속 넣는다

와글 와글

'남자들 이리와 속 집어 넣라. 먹지만 말고'

참! 삶은 돼지고기도 준비해야죠.

노란 배추속에 돼지고기 얹어

한입에 쏘~옥

소주 한잔 주~욱

카~흑

아이들 입가에는

빨간 고추가루 묻어 있고

가져온 김치통에

기쁨과 동지애를 가득 담아 놓고 나면

고황산 자락이 붉게 물드고

다들

손수 만든 김치로

밥해먹을 생각에

희희락락

.....

...